현재까지 드라마에서 드러난 황진만의 삶은 거의 폐허에 가깝다. 그는 한때 시를 쓰던 사람이었다.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려 했고, 세상을 문장으로 견디려 했던 사람. 하지만 지금의 황진만은 공사판을 전전하며 하루 대부분을 술로 버틴다. 시 대신 막노동이 남았고, 사랑 대신 후회가 남았다. 드라마는 아직 그의 과거를 전부 설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몇몇 장면만으로도 황진만이 왜 이렇게 무너졌는지는 충분히 짐작하게 만든다.
가장 큰 균열은 역시 가족이다. 황진만은 이혼했고, 아이를 지키지 못했다. 그런데 중요한 건 드라마가 이 사실을 단순 사건처럼 소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황진만에게 아이를 잃었다는 건 단순한 양육권 문제나 부부 갈등 이상의 의미로 보인다. 그는 아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거의 평생의 형벌처럼 안고 살아간다. 그래서 술을 마시고, 스스로를 망가뜨리며, 끊임없이 삶을 포기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