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황진만의 자살 시도 장면들은 굉장히 불편하다. 드라마는 그것을 감성적으로 미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너무 현실적이라 더 아프다. 그는 거창한 유서를 남기지도 않고, 누군가에게 복수하려 하지도 않는다. 그냥 살아야 할 이유를 잃어버린 사람처럼 보인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그는 끝내 완전히 죽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황진만 심리의 핵심이다.
황진만은 정말 죽고 싶은 사람이라기보다, 지금의 자신으로 살아가는 게 견딜 수 없는 사람에 가깝다. 그는 스스로를 실패한 인간이라고 믿는다. 시인이 되지 못했고, 남편 역할도 실패했고, 아버지 역할도 지키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세상보다 자기 자신을 더 심하게 처벌한다. 술은 도피이자 자기 파괴다. 공사판을 전전하는 삶 역시 어쩌면 자신에게 “이 정도로 살아야 한다”고 벌을 내리는 방식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