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게시판 TOP 50
애순의 양배추를 대신 팔아주는 관식의 행동은 거창한 고백보다 생활에 가까웠습니다. 엄마를 잃은 애순이 밭을 일구고 시장으로 가져온 물건을 관식이 팔아줬고, 생선도 챙겨줬습니다. 곁을 지킨다는 말이 아니라 그날 해야 할 일을 함께하는 방식으로 두 사람의 관계가 드러납니다.
그 생활은 애순이 대학에 가고 싶다는 꿈과 이어집니다. 2회에서 애순은 계부 염병철에게 그동안 양배추를 판 값과 대학 등록금을 달라고 하지만, 돌아온 반응은 모른 척하는 태도였습니다. 직접 농사를 짓고 장사를 해도 자기 앞날에 필요한 돈을 돌려받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작은아버지 집에서도 따뜻한 답은 오지 않았습니다. 육지에 나가 공장 일을 하며 돈을 부치라는 말을 듣고, 세상에 자신을 반길 아랫목이 없다는 말까지 받습니다. 엄마가 살아 있을 때 애순에게 가난에 움츠러들지 말라고 했던 말과는 반대 방향의 요구가 쏟아집니다.
관식에게 시집가지 않겠다고 큰소리치는 애순의 손은 정작 그의 주머니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오래 먹을 것을 가져다준 까닭을 묻는 애순에게 관식도 마음을 표현합니다. 말로 선을 긋는 태도와 몸이 머무는 자리가 달라, 두 사람 사이에는 거절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가까움이 있습니다.
결국 애순은 자신을 반겨주는 관식을 찾아가 서러움을 쏟아냈고, 두 사람은 함께 육지로 떠납니다. 시장에서 양배추를 팔아주던 동행이 이번에는 고향을 벗어나는 동행으로 커졌습니다. 애순이 내민 손에 관식이 답해온 시간이 그 선택의 바탕이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