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김치 꺼내다가 김치냉장고 앞에서 주저앉을 뻔했네요
저 오늘 진짜 민망해서 어디 말도 못하고 여기다 씁니다. 지난주에 사돈댁에서 전화가 왔어요. 주말에 애들 데리고 잠깐 들르신다고요. 그래서 제가 큰소리를 쳤지요. 우리 집 김장김치가 올해 참 잘됐으니 오시면 한 통 싸드린다고요. 작년 김장 때 새우젓을 좋은 걸로 바꿨더니 진짜 맛이 달랐거든요. 토요일 아침에 김치냉장고 열고 제일 아래 칸에서 통을 꺼냈어요. 뚜껑 여는 순간 뭔가 쎄한 거예요. 냄새가... 냄새가 이상해요. 골마지가 하얗게 앉은 정도가 아니라 아예 시큼한 게 코를 찌르더라고요. 알고 보니 제가 가을에 냉장고 정리한다고 칸을 옮기면서 온도 설정을 잘못 건드려놨던 거예요. 김치 보관 모드가 아니라 그냥 냉장으로 몇 달을 있었던 거지요. 제일 아끼던 통만 딱 그 칸에 있었어요. 사돈은 오후에 오시는데 김치는 못 드리게 생겼고, 큰소리는 이미 쳐놨고. 급한 대로 위 칸에 있던 총각김치를 대신 싸드렸어요. 사돈이 맛있겠다고 좋아하셔서 다행이긴 한데, 배추김치 자랑을 그렇게 해놓고 총각김치를 내미는 제 심정이 어땠겠어요. 남편은 옆에서 그러게 기계를 함부로 만지지 말랬지 하는데 어찌나 얄밉던지요. 자기는 냉장고 문도 안 열어보는 양반이 말은 잘해요. 신 김치는 버리기 아까워서 오늘 김치찌개 한 솥 끓이고 김치전 부쳤어요. 앞으로 일주일은 신김치 요리만 나올 예정입니다. 식구들한테는 아직 이실직고 못했어요. 김치냉장고 온도 설정 꼭 한번 확인해보세요. 저처럼 눈물의 김치찌개 드시지 마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