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마등은 단순히 죽음 직전 기억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아니라, 살아남는 대가로 가장 사랑했던 사람을 잊어가는 과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특히 1회 라디오에서 나온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한 새 삶을 살아가라고 보내는 구름의 축복의 눈물”이라는 멘트가 너무 의미심장했어요.
전생에서 단심을 사랑했던 이현은 결국 자신 때문에 단심이 안종에게 이용당하고, 모든 쓰임을 다한 뒤 죽임까지 당했다는 죄책감을 평생 안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후생이 있다면 적어도 자신만은 잊고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랐던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다시는 자기 때문에 같은 비극을 겪지 않도록 말이죠.
그렇게 생각하니까 현대에서 깨어난 서리가 세계를 알아보지 못하는 이유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것 같아요. 단순한 기억 상실이 아니라, 세계가 서리를 살리기 위해 스스로를 잊게 만든 느낌이랄까요. 사랑하지만 가까워질수록 또 위험해질까 봐, 존재 자체를 흐릿하게 남겨둔 것 같은 설정이라 더 슬프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세계는 계속 서리 주변을 맴돌고 기억하려 하는데, 정작 서리는 그를 알아보지 못하는 장면들이 너무 먹먹했어요. 결국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잊게 만든 선택이었다면, 이 관계는 처음부터 너무 비극적인 운명이었던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