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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필립역 이무생

유필립역 이무생

 

“계속 의심한다면, 오늘 사건을 기사로 쓰는 수밖에 없습니다.”

 

하와이 출생의 조선계 미국인. 미국 언론사 WWP(Washington World Press) 통신의 경성 특파원이자, 구국단의 일원.

 

사탕수수 농장 이민 1세대인 부모가 하와이에 도착하자마자 얻은 첫아들이었다. 물도 설고 말도 설은 이역만리에서 부모는 아이의 이름을 필립(必立)이라 지었다. 필립. 조선은 필히 독립할 것이외다.

 

부모에게 아들의 교육비는 언제나 2순위였다. 1순위는 돈을 모아 독립군의 군자금을 대는 것. 자신의 부모뿐 아니라 수많은 하와이 이주 조선인들이 배를 곯아가며 모은 달러가 독립운동으로 흘러가는 것을 보며 자란 필립에게, 구국단 합류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사람들은 그가 WWP통신 상해 특파원으로 있을 때 구국단을 소개받았다고 알지만, 사실은 구국단에 들어가기 위해 상해 특파원에 지원한 것이 맞다.

 

사토 암살 작전을 위해 중국인으로 위장한 소란과 혼인신고를 하고 미국 여행권을 만들어 줬다. 필립은 그 누구보다도 냉정한 사람이니, 다들 이 위장결혼이 작전의 일환이라고만 생각한다.

 

하지만...소란을 사랑한다.

 

소란이 자신보다 연상이라는 것도, 조선에 남편이 있었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무슨 상관이랴. 어차피 내보이지 않을 마음이다. 지금 가장 우선해야 할 건 당연히 조국의 독립이니까. 이 작전에 뛰어든 것도 소란을 향한 사적인 감정 때문이 아니다. 조선의 독립을 위한 일에 자신이 쓰일 구석이 있다는 것이 기쁜, 그런 사람이다.

 

하지만 소란이 소리죽여 우는 밤이면 필립은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진짜 남편이 아니니까 안아줄 수도 없다. 하지만...지금 저 여자가, 나의 동지가, 내가 사랑하는 여자가 울고 있는데. 난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사토 암살 작전이 끝나면 소란과 함께 이 집에서 오래오래 같이 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소란이 반드시 살아남아야만 한다. 사토를 죽이고 스스로 죽겠다는 소란의 계획과는 다르게.

 

당신은 죽을 곳을 찾지만, 나는 당신이 살 곳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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